종이학. 아마도 종이로 접은 학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예상을 깨고 'Paper' 뒤에 학문을 뜻하는 '-Logy'를 붙여 'Paper-Logy'라는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냈다. 상상하는 것을 그리거나 써내려갈 수 있는 종이의 특징에 매료된 그들은 '종이학(Paperlogy)'이라는 이름을 내세워 개개인의 음악에서 하기 어려웠던 모습을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담아냈다. 그리고 그 첫 챕터인 [종이학개론]을 펼쳐 보인다. 두 뮤지션이 새롭게 펼친 종이에는 어떤 음악이 담겨있을까.
첫 번째 곡 "리셋 신드롬"은 '모든 것을 되돌려 놓겠다.'는 의지를 내비친다. 그들과 우리에게 잘못된 시작점은 어디였을까. 리벌스 효과로 재치있게 작곡된 "리셋 신드롬"은 듣는 동안 그들이 되돌리려 하는 모든 것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이어지는 "출국"은 떠나고 싶은 마음을 '한없이 펼쳐진 끝없이 놓인 그 세계'로 우리를 담아낸다. 떠나는 마음은 차악이 아닌 '삶의 자유이용권' 같은 최선일 것이다.
세 번째 트랙 "언어가 달라". 누군가를 이해할 수 없을 때, 그것이 단지 '언어의 다름'이 아니라 '딴소리'라고 생각한다. 또한, 매번 똑같은 상황들이 쳇바퀴처럼 굴러갈 때, '우리는 아마 안 될 거야'라며 자조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종이에 끄적거리며 이겨내기도 한다. "Some Night"은 [종이학 개론]의 타이틀곡으로 익숙한 밤에 떠오르는 익숙하지 않았던 대화에 대한 곡이다. 분위기에 취하고, 술에 취하지만 잊혀지지 않는 말. 그러나 멀리 떠밀려 와버린 우리는 답을 '어디서, 어떻게, 왜' 풀어야 하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그 모든 말들을 지우기 위해 적어 내린 "Some Night"은 밤과 익숙한 분위기를 적나라하게 자아낸다.
밤과 노래가 가장 가까운 곳. 곡 전반에 위트가 흐르는 "18번"은 노래방으로 화면을 전환해 언제나 우리의 입을 맴도는 노래들을 떠올리게 한다. '68점'밖에 받지 못했지만, 누구나 가지고 있는 그 노래. 어쩌면 '종이학'은 '18번'을 통해 '잘 부르고 싶던 그녀'를 말하고 있는 것 인지도 모르겠다. 궤도 밖으로 벗어나 퇴출당한 태양계의 9번째 행성을 그녀에게서 멀어진 나로 빗대며 노래하는 "명왕성"과 기상청의 일기예보처럼 매번 틀려서 아무 대비도 할 수 없는 그대의 무게감을 날씨에 은유한 "대설주의보". 고통스러운 삶과 치열한 생활, 비열한 경쟁에서 벗어나도록 위로해주는 대상을 노래한 "아스피린(ASPIRIN)"은 우리들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마지막 곡 "아스팔트"는 캄캄한 밤의 폭주를 통해 우리 앞을 가로막는 한계인 저 바리케이트를 뚫고 끝없이 질주하고 싶어한다.
[종이학개론]은 비유와 은유를 통해 '종이학'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이야기한다. 감히 이야기하건데 [종이학개론]은 단순히 삶과 현실을 빗대어 표현한 것이 아니라 듣는 이로 하여금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전달해주는 이론, 아니 앨범이다. 이제 그들이 고이 접어놓은 '종이학'을 펴보자. 그리고 이번엔 당신이 새롭게 접을 차례이다.
[Track List]
1. Reset Syndrome
2. 출국
3. 언어가 달라
4. Some Night feat. 민열
5. 18번 feat. 민열
6. 명왕성
7. 대설주의보
8. ASPIRIN
9. 아스팔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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