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서 ‘나’는 더 이상 단일한 주체가 아니다.
나를 관리하고, 조율하고, 연출하며 부딪힌다.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나를 분리한다.
이 앨범은 그 분리의 구조를 다룬다.
각 곡에는 반드시 나와 당신이 존재한다.
분리된 나를 찾는 나, 눈앞에서 부딪혀 오가는 누군가, 그리고
꿈과 희망, 욕망과 현실, 이상 사이에서 발생하는 간극과 그 반복.
우리는 상처를 견디기 위해 감정을 분리하고,
지속하기 위해 욕망을 조정하며,
적응하기 위해 또 다른 자아를 호출한다.
분리는 생존의 기술이자 현대적 조건이다.
그러나 분리는 흔적을 남긴다.
제거되지 않는 잔여, 설명되지 않는 감각,
끝내 환원되지 않는 어떤 침묵 혹은 절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성숙이 아니라
이 분리의 반복을 감당하는 일에 가깝다.
스스로를 나누고, 타자와 접속하고,
다시 나를 재구성하는 과정의 연속.
이 노래들은 감정의 고백이 아니라 관계의 기록이다.
말해지지 않는 것, 끝내 통합되지 않는 것,
찢어져 지울 수 없는 그 잔여를 여덟 개의 파편으로 남긴다.
이 앨범은 일반적인 제작 방식과 달리 정확한 템포와 메트로놈에 연주를 맞추는 대신, 곡이 요구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흐름을 따라 멤버들이 함께 호흡하며 연주하는 방식을 택했다. 기계적으로 고정된 비트에서 벗어나 살아 숨 쉬는 리듬을 담아낸 것 또한 이 앨범의 중요한 흔적이다.
수없이 생성되고 소비되는 디지털과 AI의 시대 속에서도, 여전히 설명할 수 없는 감각과 인간적인 흔들림은 남아 있다. 예술은 감정의 쓰레기통일 수도 있고, 허허벌판에 돋아난 작은 새싹일 수도 있다. 다만 이 앨범을 들은 누군가가 ‘아, 기분 좋다’, ‘무언가를 쏟아낸 기분이야’, ‘조금은 후련해졌어’와 같은 단순한 감정 하나를 품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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